거대한 테이블의 시대
매화가 만발한 2월의 제주
워케이션 숙소인 제주와일드는 약 2만5천여평 정도의 생태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올레8코스의 일부 구간인 대왕수천로 생태공원
겨울에도 초록의 풀들이 색을 잃지 않고 눈이 내릴 때는 빨간 피라칸다가 눈 덮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제주의 대표 풍경을 담당하고 있는 공원이다.
오늘은 2월16일, 오전의 날씨는 흐리지만 오늘의 생태공원은 흰꽃 매화, 분홍 매화가 벌써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오페라로 말하면 서곡을 벌써 연주하고 1막 들어간 셈이다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에 비유하자면 1막이 열리고 지금 축배의 노래를 부를 즈음이다
매화 나무들 아래에는 푸릇푸릇 쑥들이 올라오고 곳곳에 수선화가 군락을 이루고 줄지어 꽃을 피우고 있다
올레길 순례 그리고 거대한 식탁, 탐모라
아침 8시에 숙소를 출발해서 갯깍 주상절리를 찍고 예래해안도로에서 예래입구까지 조성된 올레8코스 대왕수천로 생태공원을 걸었다. 벌써부터 움을 터오는 쑥들이 보이고 (다른 풀들은 이름을 몰라서 ㅠㅠ) 곳곳에 수선화 군락지가 발길을 붙들었다.
놀라운 것은 새들이 요란하게 지저귀는 것을 보니 매화나무에 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 향기에 취했는지 새들이 어찌나 요란하게 떠드는지 정말 눈치 안보고 자기들끼리 소통하는 것이 참으로 자유롭고 당당한 새들이었다.
지난 겨울 눈 속에서 찬란하게 열매를 자랑하던 피라칸사스는 열매를 다 떨구고 이제 봄나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본 호텔의 부페식당, 탐모라
예래 생태공원의 출구는 곧 예래입구이다.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더본 호텔. 탐모라는 호텔 안에 부속된 부페식당
제주 순례자들이 거의 모이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시부터 식당 앞에 줄을 서고 바로 번호표를 받기 위해 등록을 한다
작은 탭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톡으로 테이블링 이라는 예약앱에서 대기번호와 현재 기다리는 번호를 알려준다
오늘 대기번호는 61번 기다리는 팀은 18팀이 있었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고 바로 입장!
운이 좋은 날이다
십자군 순례길의 몽셍미셀 식탁, 올레 순례길의 탐모라 식탁
거대한 식탁이다
프랑스 몽셍미셸을 여행할 때 거대한 식탁이 있었다. 십자군 전쟁 때 전쟁터로 나가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던 식탁이라고 했다. 앞에는 십자가가 있었고 전장에 나가던 또는 나갔다 돌아오던 병사들이 그곳에서 끼니를 채우던 곳이었을 것이다
백종원이 운영한다는 거대한 식탁 탐모라를 보면서 갑자기 집떠난 사람들이 먹는 거대한 식탁이라는 의미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물론 전쟁통에 먹었을 가난한 식탁에 비하면 탐모라의 음식들은 정말 훌륭하다. 정갈하고 가격도 착하고.
그러나 인간은 어떤 이유에선지 집을 떠나 어디론가 순례를 다니고 다른 세상을 만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마시고 하는 본능을 가진 우주 안의 독특한 존재인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가지러 오고가며 화기애애하게 즐거움을 나누는 이들의 거대한 식탁을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바라보았다